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5장

5장 책임과 메시지

자율적인 책임

설계의 품질을 좌우하는 책임

객체지향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자율적’인 객체다. 여기서 자율적인 객체는 스스로 정한 원칙에 따라 판단하고 스스로의 의지를 기반으로 맡은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를 말한다.

적절한 책임이 자율적인 객체를 낳고, 자율적인 객체들이 모여 유연하고 단순한 협력을 낳는다. 따라서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가 얼마나 자율적인지가 전체 애플리케이션의 품질을 결정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증언할 수 있는 자유

객체가 책임을 자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객체에게 할당되는 책임이 자율적이어야 한다.

앨리스의 재판 이야기로 예시를 들어보자.

  1. 왕은 목격자인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는 요청을 전송한다.
    • 여기서 모자 장수는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증언할’ 책임을 진다.
    • 모자 장수는 왕의 요청을 받아야만 책임을 수행하기 시작하겠지만 증언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절차는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 왕의 입장에서 모자 장수가 어떤 방법으로 증언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2. 왕이 모자 장수가 증언하는데 필요한 행동들을 좀 더 상세하게 요청한다.
    • 모자 장수는 왕과 협력하기 위해 ‘목격했던 장면을 떠올리고’, ‘떠오르는 기억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한 후, ‘말로 간결하게 표현’해야 하는 책임들을 떠안게 된다.
    • 모자 장수가 증언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범위를 제한한다.
    • 모자 장수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나 판단력이 아닌 왕의 명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너무 추상적인 책임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책임을 선택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협력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추상적인 것 역시 문제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책임은 협력을 좀 더 다양한 환경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는다. 하지만, 책임은 협력에 참여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추상적이어야 한다. 즉, 객체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추상적인 동시에 협력의 의도를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구체적이어야 한다.

또한, 어떤 책임이 자율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문맥에 따라 다르다. 재판이라는 협력 안에서는 ‘증언하라’라는 책임은 적절한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설명하라’라는 책임이 자율권을 보장하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자율적인 책임의 특징은 객체가 ‘어떻게(how)’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what)’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즉, 책임을 수행하는 행동은 객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자극하는 메시지

객체가 자신에게 할당된 책임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은 외부에서 전달되는 요청(메시지)이다.

메시지와 메서드

메시지

왕과 모자 장수 사이의 협력에서 왕이 모자 장수에게 ‘증언하라’라는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때, 왕은 송신자가 되고 모자 장수는 수신자가 된다. 또한, ‘증언하라’라는 부분을 메시지 이름(message name)이라고 한다. 메시지를 전송할 때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한 경우 메시지의 인자(argument)를 통해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수신자는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메시지에 실려 있는 인자를 사용할 수 있다.

메시지는 메시지의 이름과 인자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왕이 어제, 왕국에서 목격한 것을 증언할 것을 요청하고 싶을 때, 증언하라(어제, 왕국)와 같이 메시지를 사용할 것이다.

메시지 전송은 수신자와 메시지(메시지 이름, 인자)의 조합이다. 예를 들어, 왕이 모자 장수에게 어제, 왕국에서 목격한 것을 증언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면, 모자장수.증언하라(어제, 왕국)과 같이 메시지를 전송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메시지의 개념은 책임의 개념과 연결된다. 메시지를 수신받은 객체는 자신이 해당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이는 해당 메시지에 해당하는 행동을 수행할 책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객체가 수신할 수 있는 메시지의 모양이 객체가 수행할 책임의 모양을 결정한다.

객체가 제공하는 메시지는 외부의 다른 객체가 볼수 있는 공개된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은 외부의 다른 객체가 볼 수 없는 객체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속한다. 이는 객체의 외부와 내부가 메시지를 기준으로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서드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메서드라고 한다. 즉, 어떤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대응되는 특정 메서드가 실행된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메서드는 클래스 안에 포함된 함수 또는 프로시저를 통해 구현된다.

어떤 메서드를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수신자의 결정에 좌우된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가 실행 시간에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분 짓는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다. 이는 프로시저 호출에 대한 실행 코드를 컴파일 시간에 결정하는 절차적인 언어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bulb: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서 행동은 수행할 책임을 지닌 객체에게 전송된 메시지에 의해 시작된다. 메시지는 행동에 대한 요청을 표현하고, 요청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추가적인 정보는 인자를 통해 전달한다. 수신자는 메시지를 수신하는 객체를 가리킨다. 수신자가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해당 행동을 수행할 책임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체는 메시지에 대한 응답으로 요청을 만족하기 위한 어떤 메서드를 수행할 것이다.

다형성

다형성은 서로 다른 유형의 객체가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서로 다른 타입에 속하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경우 서로 다른 메서드를 이용해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즉, 다형성을 하나의 메시지와 하나 이상의 메서드 사이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객체들이 다형성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객체들이 동일한 책임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형성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 송신자 관점이다. 송신자 관점에서 다형적인 수신자들을 구별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요청을 수행할 책임을 지닌다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다.

다형성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객체들 사이의 대체 가능성을 의미한다. 메시지를 처리하는 방법인 메서드가 달라지더라도 송신자의 관점에서는 동일한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설계를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송신자가 수신자의 종류를 모르더라도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신자의 종류를 캡슐화한다. 또한, 수신자의 타입을 송신자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다.

:bulb: 다형성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객체 타입에 대한 결합도를 메시지에 대한 결합도를 낮춤으로써 달성된다.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이 높은 협력의 의미

송신자가 수신자에 대해 매우 적은 정보만 알고 있더라도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설계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

  1. 협력이 유연해진다.
    • 송신자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수신자의 타입을 상관하지 않는다.
    • 송신자에 대한 파급효과 없이 유연하게 협력을 변경할 수 있다.
  2.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확장할 수 있다.
    • 협력의 세부적인 수행 방식을 쉽게 수정할 수 있다.
    • 협력의 구조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 협력을 확장할 때는 간단하게 새로운 유형의 객체를 협력에 끼워 맞추면 된다.
  3.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재사용할 수 있다.
    • 다양한 문맥에서 협력을 재사용할 수 있다.

송신자와 수신자를 약하게 연결하는 메시지

메시지는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결합도를 낮춤으로써 설계를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 가능하게 만든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이해하고 처리해 줄 것이라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하다. 수신자는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메서드 자체는 송신자에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메시지를 따라라

객체지향의 핵심, 메시지

객체지향 애플리케이션의 중심 사상은 연쇄적으로 메시지를 전송하고 수신하는 객체들 사이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다.

메시지가 아니라 데이터를 중심으로 객체를 설계하는 방식(데이터 주도 설계=객체 내부의 데이터 구조를 먼저 생각한 후 데이터 조작에 필요한 오퍼레이션을 나중에 고려하는 것)은 객체의 내부 구조를 객체 정의의 일부로 만들기 때문에 객체의 자율성을 저해한다. 객체의 내부 구조는 감춰져야 한다.

객체를 독립된 단위가 아니라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생각해야 한다. 협력 관계 속에서 다른 객체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고 다른 객체로부터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가와 어떤 객체가 어떤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구성해야 한다.

객체지향 설계의 중심에는 메시지가 위치한다. 메시지를 중심으로 협력을 설계해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책임-주도 설계 다시 살펴보기

책임-주도 설계는 적절한 책임을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하면서 메시지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객체들을 이용해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1. 협력 관계를 시작할 적절한 객체를 찾는다.
  2. 시스템의 책임을 객체의 책임으로 할당한다.
  3. 객체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가 필요한지 결정한다.
  4. 메시지를 수신하기에 적합한 객체를 선택한다.
    • 수신자는 송신자가 기대한 대로 메시지를 처리할 책임이 있다.
    • :bulb: 메시지가 수신자의 책임을 결정한다.
  5. 시스템의 책임이 완전하게 달성될 때까지 반복된다.

What/Who 사이클

객체 사이의 협력 관계를 설계하기 위해 ‘어떤 행위(what)’가 수행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누가(who)’ 그 행위를 수행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을 What/Who 사이클이라고 한다. 이때, ‘어떤 행위’가 메시지다.

객체의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객체 자체의 속성이 아니다.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메시지를 수신하기에 적합한 객체를 선택한다. 그리고 수신된 메시지가 객체의 책임을 결정한다.

수신 가능한 메시지가 모여 객체의 인터페이스르 구성한다. What/Who 사이클을 통해 먼저 메시지를 결정함으로써 수행할 객체의 인터페이스를 발견할 수 있다.

묻지 말고 시켜라

메시지를 먼저 결정하고 객체가 메시지를 따르게 하는 설계 방식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묻지 말고 시켜라(Tell, Don’t Ask) 스타일 또는 데메테르 법칙(Law of Demeter)을 따르게 한다.

메시지를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어떤 객체가 메시지를 수신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송신자는 메시지를 수신할 객체의 내부 상태를 볼 수 없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자신이 전송한 메시지를 잘 처리할 것을 믿고 메시지를 전송한다. 그래서 메시지 중심 설계는 메시지 수신자의 캡슐화를 증진시키며, 송신자와 수신자가 느슨하게 결합된다.

다른 객체의 결정에 간섭하지 말고, 모든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기반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리게 함으로써 객체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묻지 말고 시켜라’ 스타일은 객체를 자율적으로 만들고 캡슐화를 보장하며 결합도를 낮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설계를 유연하게 만든다.

샌디 메츠(Sandi Metz)는 ‘묻지 말고 시켜라’ 스타일은 “메시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지시하지 말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떻게’에서 ‘무엇’으로 전환하는 것은 객체 인터페이스의 크기를 급격하게 감소시킨다. 이는 외부에서 해당 객체에게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메시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결합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설계를 더 유연하게 만들 여지가 많아지고 의도도 명확해진다.

메시지를 믿어라

  •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들을 서로 연결하고 상호 협력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설계를 낳는 토양이다.
  • 메시지를 기반으로 다양한 타입의 객체들이 동일한 협력 과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협력을 재사용할 수 있다.

객체 인터페이스

책임의 자율성이 협력의 품질을 결정한다

좀 더 나은 설계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이해하기 쉽고 변경에 유연한 것이다. 객체의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협력이 이해하기 쉬워지고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즉, 책임이 얼마나 자율적인지가 전체적인 협력의 설계 품질을 결정하게 된다.

  1.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을 단순하게 만든다.
    • 자율적인 책임은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함으로써 협력을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 세부적인 사항들을 무시하고 의도를 드러내는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협력을 단순화한다.
    • 책임이 적절하게 추상화된다.
  2. 자율적인 책임은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명확하게 분리한다.
    • 책임만 완수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객체의 권한이다.
    • 요청하는 객체가 몰라도 되는 사적인 부분이 객체 내부로 캡슐화된다.
      • 인터페이스와 구현이 분리된다.
  3. 책임이 자율적일 경우 책임을 수행하는 내부적인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변경에 의해 수정되어야 하는 범위가 좁아지고 명확해진다.
    • 변경의 파급효과가 객체 내부로 캡슐화되기 때문에 두 객체 간의 결합도가 낮아진다.
  4. 자율적인 책임은 협력의 대상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 타율적인 책임은 협력의 대상을 제한한다.
    •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협력이 좀 더 유연해지고 다양한 문맥에서 재활용될 수 있다.
    • 설계가 유연해지고 재사용성이 높아진다.
  5.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들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역할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 객체가 수행하는 책임들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 객체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강하게 연관된 책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객체의 응집도를 높은 상태로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bulb: 책임이 자율적일수록 적절하게 추상화되며, 응집도가 높아지고, 결합도가 낮아지며, 캡슐화가 증진되고, 인터페이스와 구현이 명확하게 분리되며, 설계의 유연성재사용성이 향상된다.